배부름은 책방에 있다
꼭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
광화문에 나간 김에 책방을 들렀다
들어간 김에 책방을 둘러보았다
서대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책을 몇 권 골랐다
특히 시집에서 오래 머물렀다
계산대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묻는다
종이 봉투 사시겠어요
한 겹에 백원 두 겹에 삼백원이에요
매대 위의 고른 책들을 흐린 눈으로 가늠해본다
오산까지 가려면 찢어질 수도 있겠다
짐짓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한다
두 겹 짜리로 주세요
계단 옆에 높은 계단식 선큰 가든에 앉은 사람들
딱히 바쁜 것도 없었지만 서점이름 쓰여진 봉투를 든채로
슬그머니 이들 틈에 자리를 잡는다
막 산 책들 한권씩 꺼내 이리저리 훑어보고
일어서 돌아오는 발걸음에 왠지 힘이 실린다
병점역에서 늦어진 저녁을 오뎅에 튀김으로 때운다
앞으로 한동안 쓰임을 줄여야겠지만
대신 세상을 얻었다
배부름은 책방에 있다